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합니다.
어느 자식이 아니겠습니까만,
저 역시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을
모친으로부터 받았습니다.
30여 년 전,
대학을 낙방한 후에
화장실 문을 걸어 잠군 채 울고 있을 때,
모친은 그 문짝을 뜯고 들어와서
위로 대신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까짓 대학이 뭐라고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뜯겨 나간 문짝을 보며,
잠시 멍 했던 저는 빵 터졌습니다.
고3 때도 도시락도 안 싸줬으면서
뭘 그렇게 키웠냐고
뭘 그렇게 키웠냐는 제 대꾸에
이번엔 모친이 빵 터졌습니다.
그건 맞다며,
제 삶에서 청승과 자기 연민은
그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모친은 그렇게 그 어떤 일로도
잘했다, 못 했다로
저를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공놀이로 남의 유리창을 깨는 따위에
자잘한 말썽에도 꾸중 듣는 법이 없었습니다.
니가 내라며 그 청구서를 제 손에 쥐어 줄 뿐
뭘 하라 말라한 적이 없었던 모친이
딱 한번 제게 하지 말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담배를 피던 제게
피고 말고는 네 선택이나
목사님도 신방을 오시고 하니
방에서 말고 밖에서 피라고 주문을 했고
저는 담배를 피기로 한 이상
숨어서 피고 싶지 않다고
내 방에서도 피겠다고 맞섰죠.
나가서 펴라.
내 방에서 피겠다.
그렇게 족히 한 시간을 온갖 논리로 우기는 저를
한동안 바라만 보던 모친은
제 뺨을 한 대 후려 치고는
일어서며 말을 했습니다.
펴라 이 자식아.
그렇게 어떤 금지도 없이
어른이 된 저는 나이가 제법 들어서야 깨달았습니다.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한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고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제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은
제가 잘난 게 아니라
온전히 모친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엄마 안녕
안녕...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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