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어준 생각' 이었습니다

7월 16일 김어준 생각

by 77rei 2020. 7. 16.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합니다.

어느 자식이 아니겠습니까만, 

저 역시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을

모친으로부터 받았습니다.

 

30여 년 전,

대학을 낙방한 후에

화장실 문을 걸어 잠군 채 울고 있을 때,

모친은 그 문짝을 뜯고 들어와서

위로 대신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까짓 대학이 뭐라고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뜯겨 나간 문짝을 보며,

잠시 멍 했던 저는 빵 터졌습니다.

고3 때도 도시락도 안 싸줬으면서

뭘 그렇게 키웠냐고

뭘 그렇게 키웠냐는 제 대꾸에

이번엔 모친이 빵 터졌습니다.

그건 맞다며,

 

제 삶에서 청승과 자기 연민은

그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모친은 그렇게 그 어떤 일로도 

잘했다, 못 했다로

저를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공놀이로 남의 유리창을 깨는 따위에

자잘한 말썽에도 꾸중 듣는 법이 없었습니다.

니가 내라며 그 청구서를 제 손에 쥐어 줄 뿐

뭘 하라 말라한 적이 없었던 모친이 

딱 한번 제게 하지 말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담배를 피던 제게

피고 말고는 네 선택이나

목사님도 신방을 오시고 하니

방에서 말고 밖에서 피라고 주문을 했고

저는 담배를 피기로 한 이상 

숨어서 피고 싶지 않다고

내 방에서도 피겠다고 맞섰죠.

나가서 펴라.

내 방에서 피겠다.

그렇게 족히 한 시간을 온갖 논리로 우기는 저를

한동안 바라만 보던 모친은

제 뺨을 한 대 후려 치고는

일어서며 말을 했습니다.

펴라 이 자식아.

그렇게 어떤 금지도 없이

어른이 된 저는 나이가 제법 들어서야 깨달았습니다.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한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고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제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은

제가 잘난 게 아니라

온전히 모친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엄마 안녕

 

 

 

 

안녕...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728x90
반응형

''김어준 생각' 이었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20일 김어준 생각  (0) 2020.07.20
7월 17일 김어준 생각  (0) 2020.07.17
7월 8일 김어준 생각  (0) 2020.07.09
7월 7일 김어준 생각  (2) 2020.07.07
7월 6일 김어준 생각  (0) 2020.07.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