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따지자면 벌써 지난 세기의 일이 됐습니다만,
입시 공부하면서 한국사 관련된 수업을 듣다 보면
종종 나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전란, 즉 큰 전쟁이 있고 난 다음에는
양전, 즉 국가에서 전국의 농토 현황을
재조사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쟁 이전과
전쟁 이후의 농지 상황에는
언제나 큰 격차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 이전의 농토가
총 151만 5천5백여 결이었는데
임란 이후 1603년에 실시한 계묘 양전의 결과는
총 95만 1749 결이었습니다.
무려 전체 농지의 1/3이 전쟁 중에 유실됐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적으로 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대체 왜
전쟁 때문에 농지가 줄어드는 거지?'
나름 순진했던 머리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수업 풍경이 대게 그랬듯
그 이유를 캐물어 수업 분위기를 망치기보다는
그저 그 숫자를 외우거나
사태를 머릿속에 그려두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한참 뒤에 머리가 더 굵어지고 나서야
이 궁금증이 해결됐는데요.
전쟁이 일어나면 농민이 죽거나
피난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볼 손이 없어진 농토는 시간이 흐르면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거나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전쟁의 혼란을 틈타 자신의 토지를
공식 장부에서 없애버린 다음
농지의 매겨지는 세금을 회피하고자 했던
못된 지주들 탓도 있었지만요.
그래서 전란 이후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폐허가 된 땅에 다시 농민이 정착해서
농지를 개간하게 하고
쑥대밭을 옥토로 가꾸기 위한
구슬땀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크고 작은 변란의 와중에서
혹시 우리가 잃어버린 농지는 없을까요?
이제 저마다의 땅으로 돌아가 다시 밭을 갈고
논을 일구어야 할 때가 오고 있진 않을까요?
2021년 1월 1일 새해를 맞는 정준희의 생각,
아니 정준희의 질문이었습니다.
밭을 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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