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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이었습니다

1월 1일 정준희 생각

by 77rei 2021. 1. 2.

 

굳이 따지자면 벌써 지난 세기의 일이 됐습니다만,

입시 공부하면서 한국사 관련된 수업을 듣다 보면

종종 나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전란, 즉 큰 전쟁이 있고 난 다음에는 

양전, 즉 국가에서 전국의 농토 현황을

재조사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쟁 이전과

전쟁 이후의 농지 상황에는 

언제나 큰 격차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 이전의 농토가 

총 151만 5천5백여 결이었는데 

임란 이후 1603년에 실시한 계묘 양전의 결과는

총 95만 1749 결이었습니다.

무려 전체 농지의 1/3이 전쟁 중에 유실됐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적으로 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대체 왜 

전쟁 때문에 농지가 줄어드는 거지?'

나름 순진했던 머리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수업 풍경이 대게 그랬듯

그 이유를 캐물어 수업 분위기를 망치기보다는

그저 그 숫자를 외우거나

사태를 머릿속에 그려두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한참 뒤에 머리가 더 굵어지고 나서야 

이 궁금증이 해결됐는데요.

전쟁이 일어나면 농민이 죽거나

피난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볼 손이 없어진 농토는 시간이 흐르면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거나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전쟁의 혼란을 틈타 자신의 토지를

공식 장부에서 없애버린 다음

농지의 매겨지는 세금을 회피하고자 했던

못된 지주들 탓도 있었지만요.

그래서 전란 이후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폐허가 된 땅에 다시 농민이 정착해서 

농지를 개간하게 하고 

쑥대밭을 옥토로 가꾸기 위한

구슬땀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크고 작은 변란의 와중에서

혹시 우리가 잃어버린 농지는 없을까요?

이제 저마다의 땅으로 돌아가 다시 밭을 갈고

논을 일구어야 할 때가 오고 있진 않을까요?

2021년 1월 1일 새해를 맞는 정준희의 생각,

아니 정준희의 질문이었습니다.

 

 

밭을 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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