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어제 오후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님
오랜만에 이곳 봉하마을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다보니
지난날 당신과 저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가슴이 좀 뭉클해집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 후에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서
우리는 벌써 13번째 봄을 또 맞이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던 제가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계속 일하게 되면서
당신을 만나게 된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당신께서
저에게 하신 큰 말씀
그것은 지금도 제 귀에 쟁쟁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 4월 말 평양에서 열릴
제10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회담 운영계획을 대면 보고하기 위해서
대통령 집무실로 찾아간 저에게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 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놀랐어요.
'아니,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면 뭡니까?'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북한을 돕는 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도리.
도리.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자 하셨습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가
그들에게 휘둘리기만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려고 애쓰셨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노무현 대통령님 생전에 꿈이었던
줏대 있는 외교 철학을 되살려서
동북아 국제 정치에서 능히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기뻐해 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 다시 한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사실 그립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그동안 편히 쉬십시오."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서
정세현 전 장관 추도사였습니다.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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